일상/닭염소개

손으로 병아리 껍질까서 부화시켜야할 때

youmox111 2020. 11. 1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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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함부로 부화직전인, 금이 간 계란 껍질을 손으로 떼지 말라고 한다. 스스로 껍질을 뚫고 나와야 건강하다면서. 하지만 손으로 해줘야 할 때도 있어 소개한다.

오늘 부화기가 D+1인데 부화기 안의 한 계란이 금이 가있었다. 어제부터 금이간 상태로, 이리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안 나오는 것을 보고 손으로 직접 껍질을 벗겨 줬다.

이제 곧 겨울이라 교미를 안해서 한개만 유정란인거 같다. 보통 D-1에 나오는데 이번에는 D까지 안 나오길래 포기했었다. 원래 아직까지 낳는 청계란만 돌리고 있었는데 부화기 10개가 남아있어 계속 부화시키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유정란(부화) 확률이 적어 이걸로 그만하고 D+5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오늘 아침 왜 아직도 안나오지? 생각하던 차에 삐..삐..삐약삐약- 소리가 들려 꼭 손으로 달걀 껍질을 떼어줘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하고 꺼내서 껍질을 뜯어 뻬내줬다.

역시 조금의 물기만 제외하고는 말라있던 상태로, 병아리뿐 아니라 껍질도 말라있어 병아리 힘으로는 마른 껍질을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손으로 부화시킨 후 더 마르고 따뜻하라고, 털이 보송보송해지라며 부화기에 넣었다. 스스로 부화하기에는 껍질이 너무 단단해져 있어 못 뚫고 나왔을 것이다.

근데 사실 내가 손으로 달걀 껍질을 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번째이다. 첫번째는 호기심으로 했지만 그래도 그때 많은 부화경험이 있었다.

첫번째에는 손으로 띠면 죽는다라는 말을 알고 있어 걱정하며 뗐지만 현재 누구를 뗏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잘 자라고 있다. 성공적으로 떼고 깨달은 것은, 손으로 떼었을 때 죽는다는 뜻은 스스로 부화껍질을 못 깨고 나올 정도면 약한 개체로 이미 나오지도 못하고 죽었어야 했는데 사람이 살려 놓으니까 조금 더 살다가 죽는다는 것이다. 혹은 사람이 털 마르지도 않았는데 만졌거나. 나는 첫번째도 금이 간 달걀을 손으로 뗏고 나오자마자 사진만 찍고 바로 부화기에 넣었다.

두번째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나왔는데 말라있었고 첫번째는 정상적으로 젖어있었다. 첫번째는 지금 건강하게 자라는 걸 보니 그냥 껍질을 깰 에너지 소모를 줄여준 거 뿐인 거 같다.

달걀 껍질은 마르면 병아리 힘으로 부시기에는 너무 딱딱해진다. 내가 안 해 줬으면 죽었을 거라 생각한다.

아래는 첫번째 손으로 뗀 사진들이다.

위 중간에 동그란 부분이 부리이다.

부리로 달걀 껍질에 금을 내며 나온다.

두번째와 달리 젖어있다.

5마리 중 한마리가 내가 손으로 뗀 달걀에서 나온 아이이다. 5마리 중 누가 손으로 부화시켜준 애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건강하게 잘 자랐다.

첫번째는 내가 호기심으로 뗀거여서 반성하고 그동안 안했지만, 두번째는 내가 손으로 안 떼면 죽을 거 같아서 뗐다. 하지만 첫번째 경험이 없었다면 두번째도 못 떼다 죽었을 거 같다.

병아리가 어미닭 아래에서 부화할 때 달걀 껍질에 금이 가면 어미닭이 부화하기 좋게 부리로 밖에서 쪼아주는데, 이렇게 안에서는 병아리가 부리로 쪼고 밖에서는 어미닭이 부리로 쪼는 것을,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한다. 병아리가 부화하기 위해서 어미닭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뜻으로 제자와 스승 관계로 비유하기도 한다.

 

+이후 근황)

며칠 전 손으로 달걀껍질을 떼어내 부화해준 병아리가 있었다. 그때 당시 말라있는 상태였는데 하루 부화기 안에 납두니까 보송보송해졌다.
⬇️전

⬇️후

병아리는 혼자면 삐약삐약 울어대니까 아쉬운대로 얘보다는 큰 병아리를 같이 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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